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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허(氣虛)와 보기약, 네트워크 약리학으로 다시 읽어본 연구

경희다복한의원 조회수 : 0
2026-07-22

기허(氣虛)와 보기약, 네트워크 약리학으로 다시 읽어본 연구

한의학에서 기(氣)는 몸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바탕의 힘으로 봅니다. 이 힘이 모자란 상태를 기허증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지치고 숨이 차며,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자한이 나타납니다. 혀는 창백해지고 맥에는 힘이 없으며, 오래 끄는 병이나 만성피로와 겹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기약, 어디까지 알려져 있었나

기를 채워주는 약재들을 묶어 보기약(補氣藥)이라 부릅니다. 그동안은 이 약재들이 세포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 쪽에 작용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어떤 성분이 어느 길을 타고 움직이는지는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 빈칸을 채워보려는 시도였습니다.



연구가 사용한 방법

연구진이 택한 도구는 네트워크 약리학이었습니다. 약재 성분이 몸속 어떤 단백질에 붙고 그 단백질이 어떤 경로와 이어지는지를 데이터베이스로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본초학 교과서에서 공통으로 언급되는 보기약 여덟 가지를 골랐습니다. 인삼, 당삼, 황기, 백출, 편두, 산약, 대추, 감초입니다.

 

 

여기서 나온 화합물 860개를 다른 한약재 503종과 견주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보기약에는 자주 보이지만 나머지 약재에는 드문 고유성분 13개가 추려졌습니다.

13개 가운데 여섯은 프롤린, L-아르기닌, 글리신 같은 아미노산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니코틴산과 콜린 같은 비타민, 그리고 지질과 탄수화물이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로 이어지는 고리

이 성분들은 대부분 사람 몸이 에너지를 만들 때 쓰는 재료였습니다. 아미노산 여섯 종은 세포의 에너지 생산 회로인 TCA 회로의 중간물질로 바뀌어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니코틴산은 에너지 대사에 빠질 수 없는 NAD+를 만드는 데 관여합니다. 세포 구성요소를 살펴보니 이 성분들이 닿는 지점이 미토콘드리아의 내막, 외막, 기질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앞선 연구들에서도 보기약이 미토콘드리아의 ATP 생산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번 분석은 그 보고와 방향이 맞아떨어집니다.



신경전달물질 쪽으로도 이어진다

같은 성분들이 신경활성 리간드-수용체 상호작용 경로에도 걸렸습니다. 아스파르트산과 프롤린은 신경을 조절하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L-아르기닌, L-알라닌, L-발린은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의 재료가 됩니다. 콜린은 세포막을 이루고 아세틸콜린을 합성하는 데 필요합니다.



결핍 증상과 기허 증상이 겹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 13개 성분이 부족할 때 몸에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피로, 면역력 저하, 근력 약화, 식욕 부진이 생기는데 기허증에서 말하는 증상과 거의 겹칩니다.

기허를 치료하는 약재 쪽에서 거꾸로 증상을 정리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형체가 없어 설명하기 어려웠던 기(氣)가 몸에서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 짐작할 근거가 생긴 셈입니다.



두 갈래로 정리된 경로

유전자 기능 분석(GO)과 대사 경로 분석(KEGG)을 돌리자 두 갈래가 드러났습니다. 하나는 아미노산 대사와 에너지 대사로, TCA 회로의 중간 물질을 만들어 세포가 쓸 에너지를 대주는 흐름입니다.

다른 하나는 신경활성 리간드-수용체 상호작용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신호가 오가도록 거드는 흐름입니다.

묶어보면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드는 일과 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예로부터 보기약에 붙어 있던 효능 설명과 방향이 어긋나지 않습니다.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지고 아미노산이 근육과 신경에 작용하면 피로를 견디는 힘이 커집니다. 면역 기능이 올라가고 떨어졌던 입맛도 돌아옵니다.

거꾸로 아미노산이나 콜린, 비타민이 모자라면 피로와 근육 약화, 식욕 감퇴가 따라옵니다. 기허와 닮은 모습이 나온다는 점이 이 해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자료 출처

이 글은 Tran MN et al., Plants 2022, 11(19):2470 논문의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말로 풀기 까다로웠던 기(氣)라는 개념을 성분과 대사 경로라는 언어로 옮겨 놓은 연구입니다.

기운이 없을 때 찾게 되는 한약이 미토콘드리아, 아미노산 대사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은 한의학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줍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 세포나 동물 실험으로 확인한 단계는 아니고, 사람에게서 실제 효과를 보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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